설악산 오후 9시포항을 떠나 오색에 도착하여 밤2시50분에 매표소를 출발한다.
예전에 밤에는 입장료를 받지 않드니만 요즘은 밤낮이 없다. 헤드램프 하나에 의지하여 칠흙 같은 심산의 밤길을 오른다.
가을의 밤은 너무나 아름답고 고요하다.
때마침 불어오는 바람에 떡갈잎들이 쏴하는 소리를 낸다.
하늘엔 주먹만한 별들이 총총하게 검푸른 바탕에 보석을 박아 놓은 것처럼 영롱하다.
밤중의 산행은 항상 나 자신의 생의 의미를 깊이 생각케 해보는 유일한 시간이다.
산에 오를수록 길도 험해지고 기온도 떨어진다.
여명이 밝아오는 5시50분에 대청봉 정상에 오른다.
동해바다와 속초,양양의 불빛과 쪽빛 바다의 아름다움, 여기에 더해 오징어 잡이 배의 불빛과 하늘의 별빛이 어우러져 황홀한 자연의 연출을 본다.
저 멀리 수평선 구름위로 회색에서 붉은 기운이 오르더니 하늘과 지상의 불빛들은 사라지고, 선홍색의 붉은 빛은 강렬하게 구름을 아침 노을로 물들이고 작은 불빛처럼 얼굴을 내 밀더니 더디어 온 세상을 빛의 향연으로 뒤덮는다.
점봉산 너머의 구름 인제쪽의 내려앉은 운해, 어제 내린 비로 먼지하나 없는 깨끗한 시계는 내설악 외설악 모두 깨끗하게 보인다.
파란하늘 위로 떠오르는 장엄한 일출의 파노라마는 언제 보아도 아름답고 희망찬 기운을 돕는다.
백담사에서 수렴동, 봉정암, 소청봉까지 천불동 계곡 공룡능선, 용아장성 화체능, 울산바위,일망무제로 들어온다.
대청에서 내려와 중청에서 아침식사를 하고 희운각 대피소에 내려와 휴식을 취하고, 무넘이 고개에서 공룡능선에서 천불동 계곡방향으로 늘어선 능선을 바라보는 불꽃 같이 피어 오르는 바위는 언제 보아도 황홀하리 만치 절묘한 모양을 하고있다.
여기가 꽃으로 치면 설악산 암술머리다 양배추 속 알맹이에 해당하는 곳으로 백두대간의 아름다움의 극치를 이룬 곳이다.
천불동 계곡으로 내려서면 시원한 물소리와 함께 수 만년 동안 물로 갈고 닦고 깎아 내린 암반과 폭포가 시원하다.
여기에 단풍이 물들고 있으니 천인 단애 깎아 지른 양쪽 바위 절벽들 너무나 장엄하여 언제 보아도 그규모에 감탄하게 된다.
죽음의 계곡, 음폭, 양폭, 오련폭포 옆의 절벽은 푸른 침엽수와 붉게 물든 단풍의 절묘한 청홍의 대비색은 암벽에 분제의 석부작처럼 도저히 살 수 없을 같은데 푸르게 자라는 잣나무의 강건하고 끈질긴 생명력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여기쯤이면 진경산수의 작풍보다 사실적이고 아름다운 선경속에 이른다.
막힌 듯하면서 산자락을 돌아나가면 또 터져 나가고 또 기묘함이 연속으로 이어지고 옥수도 흘러가니, 인간이 만든 작품이 아무리 아름답고 훌륭하다 해도 하지만 자연의 미를 어찌 능가하리요?
백두대간의 미의 중심에 서있는 설악이라는 이름의 산, 내,외 설악 수 많은 골짜기 능선 어디를 가나 천하다거나 보기 싫은 곳이 없으니. 장대하면서도 아기자기하고 어디를 보아도 변화 무상하여 산행에 실증을 느끼지 않는 곳이며 발걸음을 드디게 한다.
이렇게 아름답기에 쉽게 보여주지 않는 산이다.
골격에도 귀골이며 품격에서도 으뜸이며 추석에서부터 다음 해 하지까지 눈이 내리는 산, 설악이라는 대자연 속에 내자신이 산수화의 주인공이 되어 이속에서 여유롭게 노닐며 자연의 황홀한 맛을 본다면 이보다 더 큰 즐거움은 없으리....단풍이 물든 가을에.
2002.10.12
浮 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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