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왕산
발왕산 1458m
한겨울 눈 바람이라서 인지 영하 10도 이하로 내려가서 몹시 차다.
강릉에서 대관령을 넘어 도암 (횡계) 나들목에서 용평 스키장으로 들어가 바로 곧은 골로들어가 삭도 수리 창 광장에다 차를 세우고 골짜기로 난 길을 따라가다가 리본이 붙은 좌측 가문비나무 조림지 쪽으로 소로길을 따라 능선 길로 달라 붙으면 실버 등산로가 나온다.
소나무와 잡목들이 하늘을 찌른 듯이 높이 솟아있고 좌측으로 스키장의 슬로프가 보인다.
스키장 대부지 경계 표지를 따라 오르는 것이 등산로이다.
올라가면서 좌측은 온통 스키장 슬로프이다.
멀리서 보면 중,고교 시절 학생 주임 선생에게 두발 검열에 걸려 이발 기계로 밀어버린 것처럼 추하게 보인다.
원색 옷을 입고 스키나 보드를 타고 미끄러져 내려가는 모습의 젊은 이들이 부럽게 보인다.
고도를 높일수록 상고대를 뒤집어 쓴 나무들이 산호처럼 보인다.
1450m의 주봉 능선은 적설량이 깊어 무릎을 빠지게 한다.
주목나무와 자작나무와 흰 눈의 어울림은 가히 환상적이며 온 세상이 백랍처럼 하얀 백색의 아름다움은 이국적인 정취마저 느껴진다.
북에서 뻗어나온 대간에서 오대산 계방산에서 싸리재를 건너 이루어놓은 발왕산, 여기에서 서쪽 백적산, 백석산, 차령으로 뻗어나간 저 멀리의 눈에 덮인 스카이라인은 대륙의 그 어느 산맥 보다 아름답다.
뒤 돌아 대관령을 넘어 동해바다와 노인봉과 황병산, 선자령의 고원지대를 따라 남으로 내닫는 대간, 석병산으로 부터 고적대 청옥 두타로 끝없이 흘러 나간다.
배추의 속 알처럼 첩첩으로 둘러 쌓인 발왕은 한자리에서 수 백리를 바라 볼 수 있는 전망을 가진 산이다.
이렇게 아름답고 은백색의 장쾌한 향연을 연출하는 산하가 인간에 의해 짓밟히고 깎이고 허물어져 만신창이가 된지 오래지만 말없이 겨우겨우 버티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
오대산에서 발원한 송천은 굽이굽이 꼬부라지고 비틀며 정선으로 흘러나가고 발아래 수하댐은 얼음으로 깊은 잠에 빠져있다.
이 만첩 산중에 레져 시설이 들어와 조용한 날이 없고 그런 탓에 산중이라는 느낌이 없다.
남 서쪽으로 이어지는 정맥들의 장쾌함으로 다소 위안을 받으며 이 아름다움을 간직한 발왕은 이국적인 대륙의 산을 보는듯하다.
식생을 보면 굴참나무, 떡갈나무.,소나무,주목,분비나무와 고산 식물들이 눈 속에 잠들어 있다.
몇 사람의 욕심을 채우기 위해 산을 빌려 위락시설을 만들고 등산로마저 없어진 스키장 옆으로 썩어 넘어진 대부사용경계석 밖으로 겨우 생태계를 유지하고 있는 안 서러움, 망가질 데로 망가진 산이지만 그래도 정상에 올라 보면 끝없이 펼쳐진 아름답고 장쾌함에 그래도 조금이나마 위안이 된다.
2003.2.15
浮 雲